불확실성 확대 속에 중국 떠나는 한국 기업들
By Park Jae-hyuk / July 26, 2022
미국, 출국 가속화 위해 ‘친선 지원’ 요청
낮은 인건비와 빠른 경제성장으로 한때 ‘기회의 땅’으로 여겨졌던 중국이 이제는 정치·경제적 여건이 불안정해 다른 나라 기업들 사이에서 다소 악명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 노동력과 제조 시설을 이전하는 추세에 동참하기 위해 최근 더 많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이달 제주도에서 열린 포럼에서 중국과의 우호적인 경제관계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지도하에 있는 SK그룹도 제주도에서 사업을 축소했다.
최 회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중국은 좋든 싫든 제법 큰 시장”이라며 “중국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그곳에서 사업을 하는 데 어려움을 인정했다.
지난해 8월 그룹 지주회사인 SK차이나는 중국 시장 렌터카 사업 지분 전량을 도요타에 3억 위안(4400만 달러)에 매각했다. SK그룹은 지난해 6월 베이징에 있는 SK타워 빌딩도 매각했다.
SK그룹은 매각의 주요 이유로 유망 중국 스타트업을 더 많이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꼽았지만, 잇따른 구조조정 조치는 다른 많은 한국 기업들이 그렇듯 그룹 차원의 대중 의존도 축소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다.
무역협회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에도 중국 정부가 코로나19에 대한 엄격한 방역조치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 대부분이 축소·철수 또는 이전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88.1%는 중국의 봉쇄가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운송·판매·마케팅·공급망 등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답했다.
KITA 상하이 사무소는 보고서에서 “상하이에서는 봉쇄가 해제된 후에도 대면 고객 서비스를 제한한다”고 밝혔다. “아직 운송이 불편하기 때문에, 비제조업체들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정치적 위험
다만 이번 방역조치는 미중 갈등으로 인한 정치적 리스크에 비해 영향이 제한적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10년 넘게 활동한 한국 기업들은 투자환경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중국 정부의 규제와 현지 기업 차별, 미중 무역분쟁 격화 등을 꼽았다.
일례로 롯데그룹은 2016년 사드 배치 부지를 제공하기로 하면서 5년간 중국으로부터 극심한 경제보복을 받은 뒤 중국 철수를 마무리할 뻔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또한 중국 소비자들의 보이콧에 따라 지난 몇 년 동안 수백 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현대차그룹은 사드 갈등 속에 판매 부진으로 공장이 문을 닫은 지 2년 만인 지난해 베이징 공장을 매각했다.
LG상사는 2020년 베이징 트윈타워 빌딩을 80억위안에 매각했고, LG전자는 톈진·쿤산 공장 2곳과 선양 하이플라자 매장 1곳을 청산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동맹국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 반도체와 배터리 제조사들의 중국 이탈을 요청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지난 5월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공장을 방문했고, 이달에는 LG화학 서울 R&D 공장을 둘러보며 비우호적인 국가를 제외한 공급망 구축 전략인 ‘프렌드쇼어링’을 주문했다.
방한 기간 동안 옐런 의장은 중국과 러시아를 신뢰할 수 없고 권위주의적이라고 묘사하며 세계 시장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중국 관영매체들은 한국이 미국 주도의 일본·대만과의 ‘칩4’ 동맹에 동참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미국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이 고품질 반도체를 생산할 능력이 없다는 점에서 가능성을 배제했다.
삼성전자가 지정학적 긴장 속에 사실상 중국 인력 감축에 나섰다.
이 회사의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법인의 취업자 수는 2016년 3만7070명에서 2021년 1만7820명으로 51.9% 감소했다. 반면 국내 취업자 수는 같은 기간 9만3000명에서 11만1126명으로 늘었다. 이 회사는 미주 지역의 직원 수를 약 25,000명으로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 내 생산라인이 줄면서 자연스럽게 직원 수가 줄었다”고 말했다.”
다양화의 필요성
윤석열 행정부는 계속되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 동맹국들과의 연대를 요구하는 미국의 요구에 응할 것으로 예상되어 왔다.
최상목 청와대 경제비서관은 지난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스페인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 20년간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대안 시장과 다양화가 필요합니다.”
중국의 경기 침체 또한 기업인들을 덜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2분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0.4%로 1% 아래로 떨어졌다.
경제학자들은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시장 다변화를 위한 전략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산업이 중국에 크게 의존해왔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내 중간재 판매에 미치는 잠재적인 부정적 영향을 고려할 때 한국 기업에 대한 다각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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